중동 전쟁 직전 '10조원 베팅' 통했다…글로벌 유조선 시장 장악한 한국 해운사
최근 중동 분쟁으로 인해 국제 해운 시장이 전례 없는 격변을 겪은 가운데, 국내 중견 해운사인 장금상선(해외법인명 시노코)이 이란 전쟁 직전 감행한 과감한 선제 투자로 글로벌 해양 물류의 최대 수혜자로 부상했습니다. 전쟁 전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세계 최대 규모의 유조선 선단을 구축한 이번 승부수는 중동 공급망 위기와 맞물려 막대한 초과 수익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이 최근 재개되면서 밀렸던 원유 수송 수요가 폭발하자, 한국 해운업계가 전 세계 원유 운반 시장에서 사상 최대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계기가 마련되었습니다.

전쟁의 이면과 과감한 선대 확장의 배경
해운 시장은 주기적으로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는 대표적인 경기 민감 산업입니다. 장금상선의 관계사이자 정태순 회장의 장남 정가현 부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개인회사인 장금마리타임은 팬데믹 이후부터 유조선 매입을 본격적으로 확대해 왔습니다. 특히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초까지 글로벌 중고 유조선 시장의 매물을 사실상 싹쓸이하는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습니다.
투자 당시 업계의 베테랑들은 유조선 시장의 극심한 변동성을 이유로 무리한 투자라며 의구심을 표했습니다. 과거 과도한 부채를 일으켜 시황에 베팅했다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여파로 몰락했던 대만 선박왕 노부 수의 전례가 여전한 경고판으로 작용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장금마리타임은 이러한 우려를 뒤엎고 이란 전쟁이 발발하기 직전까지 총 70억 달러(약 10조 7000억 원)라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집중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글로벌 원유 수송선 10% 장악한 승부수
현재 장금마리타임 등 그룹 계열사들이 통제하는 유조선은 160척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은 한 번에 원유 200만 배럴을 실어 나를 수 있는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입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운항 중인 VLCC가 약 900척 규모임을 감안하면, 단일 국내 기업이 전 세계 초대형 유조선 시장의 약 10%, 전체 유조선 시장 점유율의 약 17%를 단숨에 장악한 셈입니다.
베팅의 타이밍은 절묘했습니다. 장금마리타임은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기 전부터 VLCC 선단을 해협 안쪽 걸프만에 선제적으로 배치했습니다. 전쟁 초기 해협이 폐쇄되어 원유 비축 시설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이 선박들을 바다 위 '부유식 원유 저장 창고'로 임대하며 막대한 초기 수익을 올렸습니다. 원유를 임시 보관하려는 트레이더들의 수요가 폭등하면서 선박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습니다.

폭등한 해상 운임과 사상 최고치 기록
지정학적 위험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3월, 미국과 이스라엘 연합군의 이란 공격 직후 VLCC의 하루 평균 현물 수익은 38만 5000달러(약 5억 9500만 원)를 돌파했습니다. 이는 해운 조사 기관 클락슨리서치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26년 만에 최악의 공급망 위기 속에서 기록한 사상 최고치입니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이 재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유조선의 하루 용선료는 여전히 50만 달러(약 7억 5000만 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통행 제한이 풀리면서 그동안 밀렸던 중동산 원유 수송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로 봉쇄 기간 동안 위치추적 장치를 끈 채 해협을 통과하는 등 긴박하게 움직였던 장금상선 소속 유조선 10여 척은 해협 개방과 동시에 본격적인 수익 창출에 나섰습니다. 이 중 플라타 캐리어호는 원유 200만 배럴을 싣고 인도 동부 해안의 대형 정유시설로 향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해운 지형의 대대적 재편
이번 자금 조달의 상당 부분은 세계 1위 컨테이너 선사인 스위스 MSC의 공동 창업자 잔루이지 아폰테 회장과의 협력을 통해 이루어진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현재 MSC는 장금마리타임 지분 50%를 인수하기 위해 그리스 경쟁당국과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 심사를 요청한 상태입니다. 인수가 최종 승인되면 MSC는 유조선 분야에, 장금마리타임은 컨테이너 분야에 각각 교차 진출하며 공동 경영 체제를 구축하게 됩니다.
그동안 유럽 선사들이 독점하다시피 했던 글로벌 원유 운반 시장에서 한국 해운사의 지배력이 획기적으로 커지면서 시장 통제력에 대한 논란도 일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장금상선이 압도적인 선복량을 바탕으로 선박 공급을 고의로 늦춰 운임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지적을 제기합니다. 중고 선박 매매 시장의 특성상 거래 과정이 투명하지 않아 독과점 규제가 어렵다는 점도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합니다.
공급망 리스크와 한국 시장의 향방
국제 유조선 운임의 고공행진은 국내 정유 및 화주 기업들에게 새로운 과제를 던지고 있습니다. 중동 원유 의존도가 높은 SK에너지와 에쓰오일 등 국내 주요 정유사들은 수송 비용 상승에 따른 정제마진 압박을 받아왔습니다. 높은 운임이 원유 도입 단가를 밀어 올려 국내 물가와 에너지 공급망 전반에 부담을 주기 때문입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중동 평화 협정의 이행 속도와 수송로의 완전한 정상화 시점에 따라 향후 운임 조정 압력이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만큼, 국내 화주들도 단기 현물 시장의 충격을 피하기 위해 장기 용선 계약을 확대하는 등 공급망 리스크 분산 전략을 마련해야 할 시점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 Q. 장금상선이 이번 중동 전쟁으로 큰 이익을 본 이유는 무엇인가요?
- A. 전쟁 발발 직전 약 10조 원을 투자해 전 세계 초대형 유조선(VLCC)의 10%를 선제적으로 확보했기 때문입니다. 전쟁 초기에는 선박을 바다 위 저장 창고로 임대해 고수익을 올렸고, 해협이 재개방된 현재는 급증한 원유 수송 수요 덕에 높은 운임 수익을 누리고 있습니다.
- Q. 현재 초대형 유조선의 하루 용선료는 어느 정도 수준인가요?
- A. 미·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직후인 지난 3월 하루 평균 수익이 38만 5000달러로 200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현재는 하루 용선료가 약 50만 달러(약 7억 5000만 원) 선에 이르고 있습니다.
- Q. 세계 1위 선사인 MSC가 장금마리타임 지분을 인수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 A. 컨테이너선에 강점이 있는 스위스 MSC와 유조선 사업에 강점이 있는 장금마리타임이 결합해 사업 시너지를 내기 위함입니다. 인수가 최종 승인되면 양사는 상대방의 전문 분야에 교차 진출하며 공동 경영을 추진하게 됩니다.
- Q. 높은 유조선 운임이 국내 정유업계와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요?
- A. 원유를 실어 오는 비용이 증가하면 국내 정유사들의 도입 단가가 상승해 수익성이 떨어지게 됩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국내 정제마진 압박과 공급망 불안을 유발해 국내 에너지 가격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리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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