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 구계리 도로 유실에 임시주택 침수까지…산불 아픔 위로 또 폭우 상흔
거센 빗줄기가 야속하게도 지난해 대형 산불로 잿더미가 됐던 마을을 다시 집어삼켰습니다. 폭우가 쏟아진 경북 의성군 단촌면 구계리에서는 불어난 물에 도로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이 잘려 나갔고, 주민들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대피 봇짐을 싸야 했습니다. 지난 17일부터 이어진 장맛비로 경북 북부 지역에 150mm 안팎의 물폭탄이 떨어지면서 주택과 하천이 범람하는 등 재해 취약 지역의 피해가 무더기로 속출하고 있습니다.

빗물에 끊기고 잠긴 마을
이번 집중호우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은 경북 의성과 안동 등 영남 북부 일대입니다.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17일 0시부터 19일 오전 5시까지 전국에서 접수된 호우 피해는 총 837건에 달합니다. 이 중 토사와 낙석 유출이 567건, 주택과 도로 침수 피해가 270건을 기록하며 지반 약화로 인한 고립과 파손 구조가 잇따랐습니다.
특히 의성군 단촌면 구계리에서는 19일 새벽 0시쯤 집중된 폭우로 인해 구계리로 연결되는 농어촌도로 203호선 일부가 유실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도로가 끊기고 하천 범람 우려가 극도에 달하자 구계1리 주민 55명과 구계2리 주민 60명, 그리고 인근 캠핑장 야영객 40명 등 총 155명이 한밤중에 마을회관과 문화센터 등으로 긴급 대피했습니다.
이웃 동네인 안동시 일직면 귀미리에서도 지방하천인 안망천이 범람하면서 인근 도로가 유실되는 피해를 입었습니다. 대구·경북 지역 전역에 가공할 만한 기세로 비구름이 유입되면서 안동시 남후면 광음리에서는 거세게 불어난 물에 휩쓸린 캠핑카에서 투숙객 2명이 소방당국에 의해 극적으로 구조되기도 했습니다.
산불 이재민 가슴에 두 번 못 박은 수해

이번 수해가 더욱 뼈아픈 이유는 피해 지역이 지난해 초 대형 산불로 가옥을 잃은 이재민들이 모여 살던 삶의 터전이기 때문입니다. 당시 화마를 피해 임시주택을 마련했던 45가구의 주민들은 수마라는 또 다른 재앙을 마주했습니다. 이번 폭우로 의성군 구계2리에 설치된 임시주택 12동이 침수됐고, 안동시 일직면 귀미리에서도 임시주택 11동에 물이 들어차거나 하천 범람으로 일부 유실되는 비극이 발생했습니다.
산불 피해 지역은 나무가 사라져 토양의 수분 흡수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적은 비에도 산사태나 토사 유출이 발생하기 쉽습니다. 실제로 산림청은 19일 오전 8시를 기해 경북 지역의 산사태 위기경보를 '주의'에서 '경계' 단계로 상향 발령했습니다. 영주 132.2mm, 문경 122.9mm를 비롯해 안동시 남선면에는 시간당 65.5mm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며 산 아래 동네의 안전을 직접적으로 위협했습니다.
공공 인프라 파괴에 따른 주민들의 일상 불편도 가중되고 있습니다. 안동과 의성 지역에서는 정전 사고와 함께 상수도 관로가 통째로 유실되면서 총 212가구가 단수 피해를 겪어 수해 복구 작업에 애를 먹고 있습니다.
중대본 비상대응과 현장 조치
호우특보는 일단 해제되었으나 추가 피해 우려가 가시지 않으면서 정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체제를 당분간 유지하며 총력 대응에 나서고 있습니다. 중대본은 특히 산불 피해 여파로 지반이 극도로 취약해진 경북 지역에 중대본 차장을 급파해 일시대피자 긴급 구호와 피해 시설 응급 복구를 직접 지휘하도록 조치했습니다.
정부 관계자들은 추가 수해 예방을 위한 철저한 현장 관리를 지시했습니다. 중대본부장을 맡고 있는 행정안전부 장관의 공식적인 당부 사항입니다.
이번 주에도 많은 비가 예보된 만큼 빗물받이·배수시설을 반복 점검하고, 산사태 우려 지역은 안전이 확실히 확인된 이후 귀가할 수 있도록 지방정부·산림청 등 관계기관이 철저히 관리해달라
가중되는 농가 시름과 전국적 ripple effect
이번 폭우는 지역 주민들의 주거 환경뿐만 아니라 생계 수단인 농경지까지 무차별적으로 훼손했습니다. 현재까지 안동, 의성, 김천 등 경북 일대에서만 벼와 콩, 고추 등을 재배하는 농작물 18㏊가 침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 강원권에서도 홍천과 인제 등지에서 농경지 유실과 비닐하우스 침수가 발생해 수확기를 앞둔 농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강원 화천 국도 5호선과 영월 국도 31호선이 낙석으로 인해 차량 통행이 통제되는 등 교통 흐름에도 차질이 생겼습니다. 경기 양주에서는 주택 옹벽이 무너지면서 60대 여성이 추락해 다치는 인명 사고가 발생했고, 전남 장성과 충북 지역에서는 낙뢰로 인한 송전선로 이상으로 전력 공급이 일시 중단되는 등 장마전선의 이동 경로를 따라 전국적인 상흔이 남았습니다.
장마 속 폭염 교차, 추가 폭우 대비 필요
기상청은 정체전선이 당분간 한반도 상공에서 남북으로 오르내리며 장맛비를 길게 뿌릴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에 따라 오는 20일에도 충청과 수도권, 강원 영서, 전북, 경북 등지에 5~80mm의 비가 더 내릴 예정이며, 대전과 세종, 충청권에는 최고 80mm의 강한 비가 예보되어 있어 하천 주변 접근을 철저히 금지해야 합니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비가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는 틈을 타 숨 막히는 더위가 동시에 기승을 부린다는 점입니다. 현재 경상권 일부와 전남권, 제주도에는 폭염특보가 발효 중이며, 전국의 낮 최고 체감온도가 31도 안팎까지 치솟을 것으로 보여 수해 복구 현장의 온열질환 예방에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당분간 밤사이 기온이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 현상과 기습적인 돌풍, 천둥·번개를 동반한 야간 폭우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아 철저한 시설물 관리와 대피 수칙 숙지가 요구됩니다.
리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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