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위즈파크의 침묵을 깨고 선수들을 불러 모은 대투수의 눈빛에는 독기가 서려 있었다. 마무리 투수의 난조로 9회말 6실점이라는 충격적인 끝내기 역전패를 당한 다음 날, KIA 타이거즈의 라커룸은 무거운 공기만 가득했다. 하지만 이례적인 전체 소집 명령과 함께 최고참 양현종이 던진 날카로운 일침은 주춤하던 호랑이 군단의 심장을 다시 뛰게 만들었다.

선배의 호통이 만든 반전의 서막
KIA 선수단은 지난 21일 수원 KT전을 앞두고 이례적인 전체 미팅을 가졌다. 소집을 주도한 사람은 주장 나성범보다 1년 선배이자 팀 내 최고참인 투수 양현종이었다. 평소 잔소리조차 하지 않던 그가 올 시즌 처음으로 투수와 야수를 모두 불러 모은 것이다. 전날 20일 경기에서 9-4로 앞서다 9회말에만 6점을 내주며 끝내기 역전패를 당한 충격을 수습하기 위한 정공법이었다.
양현종은 선수들에게 우리 팀 선수들이 전부 너무 착하다며 좀 더 악착같은 마음가짐으로 독기 있게 야구하자고 역설했다. 대선배의 진심 어린 한마디에 주눅 들어 있던 젊은 선수들이 먼저 반응했다. 분위기를 다잡은 KIA는 곧바로 이어진 21일 경기에서 초반 1-4의 열세를 뒤집고 7회초 5득점, 8회초 4인닝을 몰아치며 11-5로 대역전승을 거두었다.
느림의 미학으로 다진 대기록의 무게
이날의 호통이 더욱 묵직하게 다가온 이유는 양현종이 직전 경기에서 보여준 품격 덕분이다. 양현종은 지난 18일 광주 LG 트윈스전에서 5이닝 3피안타 6사사구 2실점(1자책점)으로 버텨내며 시즌 4승째이자 개인 통산 190승(132패)의 금자탑을 쌓았다. 이는 KBO리그 역사상 송진우(210승)에 이은 역대 두 번째 대기록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날 양현종의 직구 평균 구속이 136km/h에 머물렀다는 사실이다. 전성기 시절 150km/h에 육박하는 강속구로 타자를 압도하던 모습은 없었다. 대신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낮게 제구하는 완급 조절과 노련한 경기 운영(구속에 집착하지 않는 베테랑의 생존 방식)으로 LG 강타선을 요리했다. 변화한 자신을 인정하고 팀이 이길 수 있는 발판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춘 결과다.
대투수가 밝힌 고백과 미안함
역사적인 190승을 거둔 후에도 양현종은 자신을 낮추며 불펜진을 향한 고마움과 미안함을 동시에 표현했다. 과거처럼 긴 이닝을 힘으로 지배할 수 없는 현실을 냉정하게 받아들인 대투수의 솔직한 고백이었다.
예전엔 내가 6이닝, 7이닝 던지면서 경기를 압도하고 지배하면서 승리를 우리 쪽으로 끌고 올 힘이 있었다. 지금은 솔직히 그런 힘이 없다. 이기는 상황을 만들어놓고 내려오는 게 내 역할인데, 5이닝밖에 던지지 못하니까… 옛날 생각이 많이 나는데, 현실적으로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후배들에게 잘해줘, 막아줘 바라는 입장이다. 책임 전가를 하는 모양새라 불펜 투수들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이 있다.
수도권 원정길에 오른 호랑이의 기세
양현종의 메시지는 외국인 선수와 신예들에게도 완벽하게 주입됐다. 21일 경기에서 선발이 아닌 중간 계투로 등판한 일본인 투수 시라카와 케이쇼는 4이닝 2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되었고, 더그아웃이 떠나가라 포효하며 분위기를 돋웠다. 타선에서는 박재현과 정현창 등 젊은 피들이 악착같은 주루와 안타로 흐름을 지탱했다.
지옥과 천국을 오간 KIA는 최난도 코스로 꼽혔던 지난주 LG·KT와의 6연전을 4승 2패로 성공적으로 마쳤다. 대역전패의 태풍을 대역전승으로 맞받아친 4위 KIA는 상위권 추격의 동력을 유지한 채 23지 전부터 키움, 두산으로 이어지는 수도권 원정 9연전에 돌입한다.
자주 묻는 질문 (FAQ)
양현종 선수의 통산 190승 기록은 KBO 역대 몇 번째인가요?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송진우(210승)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달성한 대기록입니다. 선발 승리만 따지면 188승으로 이미 통산 1위에 올라 있습니다.
21일 KT전에서 양현종 선수가 미팅을 소집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전날인 20일 KT전에서 9-4로 앞서다 9회말에 6실점하며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하자, 떨어진 팀 분위기를 추스르고 선수들에게 독기와 악착같은 마음가짐을 심어주기 위해 소집했습니다.
최근 양현종 선수의 투구 스타일에는 어떤 변화가 있나요?
과거 150km/h에 육박하던 강속구 대신 최근에는 평균 136km/h의 직구와 함께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활용한 완급 조절 및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타자들을 상대하고 있습니다.
KIA 타이거즈의 향후 경기 일정은 어떻게 되나요?
지난주 6연전을 4승 2패로 마친 KIA는 4위 자리를 유지하며, 오는 23일부터 키움 및 두산 등을 상대로 수도권 원정 9연전을 치를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