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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조 쏟고 31년 만에 금리 올렸지만…엔화 162엔 돌파 초읽기, 40년 만 최저치 경고등

일본 정부의 11조 7천억 엔 규모의 사상 최대 외환 개입과 31년 만의 1%대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미·일 간 구조적 금리 격차와 캐리 트레이드 수요로 인해 엔화 환율이 1986년 이후 최저치인 162엔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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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의 대규모 시장 개입과 일본은행(BOJ)의 이례적인 금리 인상 카드도 기록적인 엔화 약세 흐름을 막지 못했습니다.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엔화 환율이 162엔선 직전까지 치솟으며 국내 수출 기업과 일본 투자·여행을 계획 중인 한국 경제 주체들의 긴장감도 극에 달하고 있습니다. 미·일 간의 구조적인 금리 격차와 중동발 에너지 리스크가 맞물리면서 일본 당국의 외환 방어선이 사실상 무력화되는 양상입니다.

일본 엔화와 미국 달러 지폐
달러당 엔화 환율이 다시 161엔대를 돌파하며 일본 외환 당국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 Daum

역대급 방어전의 허무한 결과

일본 정부는 엔화 가치 폭락을 막기 위해 상상을 초월하는 자금을 시장에 투입해 왔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의 집계에 따르면 일본 당국은 지난 4월 28일부터 5월 27일까지 한 달 동안에만 무려 11조 7,300억 엔(약 111조 원) 규모의 엔화 매수 개입을 단행했습니다. 이는 일본 외환 시장 역사상 최대 규모의 실개입이었습니다.

동시에 금융 정책의 대전환도 이뤄졌습니다. 일본은행은 지난 16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통해 정책금리를 기존 0.75%에서 1.00%로 0.25%포인트 전격 인상했습니다. 일본의 기준금리가 1%대에 진입한 것은 단기 금리 조작을 도입하기 전인 1995년 이후 무려 31년 만의 일입니다. 수입 물가 급등으로 인한 시중 인플레이션 압력을 억제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었습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습니다.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이 외환시장의 과도한 투기적 움직임을 향해 단호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구두 경고를 보냈으나 효과는 미미했습니다. 스테이트스트리트인베스트먼트의 마사히코 루 선임 채권전략가는 이번 금리 인상을 두고 시장이 이미 충분히 예상했던 조치였다며, 현재 엔화가 처한 상황은 총상에 반창고를 붙이는 격의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금리 격차와 에너지의 덫

천문학적인 자금 투입과 금리 인상마저 약발이 듣지 않는 핵심 배경에는 양국의 높은 금리 격차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현재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는 2.64% 수준인 반면,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4.451%(일부 채권시장 지표 기준 4.75%)에 달해 격차가 매우 큽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최근 매파적 입장으로 선회하며 연내 금리 인하 전망을 사실상 철회하고 오히려 인상 가능성까지 열어두자 양국의 실질 금리 차이는 좁혀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낮은 금리의 엔화를 빌려 미국의 고금리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Yen Carry Trade)' 수요가 꺾이지 않고 있습니다. 투기 세력의 엔화 약세 베팅 역시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자료를 보면 헤지펀드 등 비상업 부문의 엔화 순매도 포지션은 지난 9일 기준 14만 5,818계약으로 지난해 7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여기에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에 따른 높은 에너지 수입 비용도 엔화를 짓누르는 요인입니다. 최근 미국과 이란이 분쟁 종식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원유 공급 정상화 기대감에 유가가 고점 대비 다소 하락했으나 여전히 절대적인 수치는 높은 편입니다. 원유와 천연가스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일본 기업들이 대금 결제를 위해 엔화를 팔고 달러를 지속적으로 매입하면서 엔화 매도 압력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엔달러 환율 전광판
도쿄 외환시장의 전광판에 엔화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 에너지경제신문

40년 만의 최저치 경신 위기

외환시장에서는 달러당 엔화 환율이 장중 161.81엔까지 상승하며 직전 고점인 161.96엔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만약 환율이 161.95엔과 161.96엔 선을 넘어서게 되면, 이는 1985년 플라자합의 직후 급격한 엔화 절상이 이루어지기 전인 1986년 12월 이후 약 40년(39년) 만에 가장 낮은 가치로 떨어지는 역사적 사건이 됩니다.

일본 정계 내부의 목소리도 정책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습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정부는 경기 성장을 지지하기 위해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선호하는 이른바 리플레이션 성향을 띠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2월 다카이치 총리가 임명한 아사다 도이치로 BOJ 정책위원은 이번 금리 인상 결정 당시 생산과 고용의 하방 위험을 우려하며 정책위원 중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지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내부 균열은 시장으로 하여금 일본은행이 향후 추가 긴축을 공격적으로 단행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신호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기습 개입 시나리오와 전망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일본 당국이 시장의 예상을 깨는 기습적인 방식으로 추가 실개입에 나설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합니다. 특히 미국 시장이 휴장하거나 글로벌 거래량이 줄어들어 시장 유동성이 얇아진 시점이 유력하게 거론됩니다. 거래량이 적은 시기에는 상대적으로 적은 자금으로도 환율 변동 폭을 크게 키울 수 있어 개입의 충격 요법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 외환시장 역시 엔화의 향방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최근 코스피 급등과 외국인 투자자의 매수세 유입 등 원화 강세 요인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달러-원 환율이 1,500원대 덫에 걸려 내려오지 못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지부진한 엔화 약세가 꼽힙니다. 한일 외환당국이 긴밀한 공조 체제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일본의 대규모 개입으로 달러-엔 환율이 160엔 아래로 급락할 경우 달러-원 환율의 하단도 동시에 열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반전 카드가 남아 있습니다. 미국과 이란의 합의가 완전히 이행되어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이 완벽히 보장되면 일본의 무역수지 부담이 크게 경감될 수 있습니다. 또한 글로벌 AI 관련 투자 확대 흐름과 기술주 중심의 닛케이 지수 랠리에 힘입어 외국인 자금이 일본 증시로 대거 유입될 경우, 이러한 펀더멘털 변화가 장기적으로 엔화를 지지하는 강력한 우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 Q: 일본이 금리를 31년 만에 최고 수준인 1%로 올렸는데도 왜 엔화는 계속 떨어지나요?
    A: 일본이 금리를 올렸지만 미국의 기준금리가 훨씬 더 높기 때문입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4.4%~4.7%대를 기록하는 반면 일본은 2.64% 수준에 불과해, 저금리인 엔화를 빌려 고금리 달러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 유출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 Q: 엔화 환율이 162엔을 넘어서면 어떤 역사적 의미가 있나요?
    A: 달러당 엔화 환율이 161.96엔을 돌파하게 되면 1985년 플라자합의 직후였던 1986년 12월 이후 약 40년 만에 엔화 가치가 가장 낮은 수준으로 추락하게 됩니다.
  • Q: 일본 정부가 앞으로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무엇인가요?
    A: 가타야마 사쓰키 재무상 등 당국자들의 구두 경고 수위를 높이는 한편, 외환 시장의 유동성이 얇아지는 글로벌 휴일이나 해외 거래 시간대를 노려 기습적으로 대규모 달러 매도·엔화 매수 실개입에 나설 가능성이 큽니다.